2023년 2월. 홍대 걷고 있는데 평소 가던 가게 세 곳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 자리에 똑같은 포차만 세 군데 생겼더라. 이때부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단골이던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장님이 마지막 날 "형님, 저 접습니다" 하면서 소주 한 병 까셨다. 그 양반 하는 말이 "손님들이 왜 안 오는지 모르겠다" 였다. 난 속으로 '알겠는데 말 못 해주는 게 문제지' 싶었다.
내가 아는 가게들은 보통 두 부류였다. 망한 곳 VS 살아남은 곳. 이걸 나누는 기준이 의외로 단순했다.
손님이 모르는 척하는 원가라는 놈
망한 가게 사장님들 공통점. 본인 가게가 왜 망했는지 진짜 이유를 끝까지 몰랐다는 거다. '경기가 안 좋아서' '임대료가 올라서' 이런 말만 하셨다. 난 옆에서 듣고 있자니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자주 가던 살아남은 가게, 거기는 사장이 다르게 생각했다. 손님이 몰래 계산해본다는 사실을 오히려 이용했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작년 5월에 한 번 내가 직접 술값 비교해봤다. 세 군데 돌면서 같은 시간, 같은 인원, 비슷한 룸 기준으로 얼마나 깨지는지 메모장에 적어왔다. 첫 가게는 2시간에 1인당 8만원 잡아놓고, 들어가니 추가 안주 강요가 3번이었다. 두 번째는 기본료 6만원인데 술이 양주 수준으로 나왔다. 세 번째 가게가 살아남은 곳인데 7만원에 추가 주류 선택지가 많았고, 무엇보다 가격표가 입구에 붙어 있었다.
이 차이를 손님들은 알고 있었다. 단골이 되는 기준이 딱 그거다. 나중에 추가로 더 뜯기냐, 안 뜯기냐.
예약 센스가 갈랐다
살아남은 업소들은 예약 받을 때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망한 곳들 공통점은 전화받을 때 "몇 분이세요? 네 그냥 오세요" 이 한마디로 끝이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냐? 이미 포기한 상태라는 거다.
내가 자주 가던 살아남은 셔츠룸은 예약 전화만 해도 느낌이 다르더라. "몇 분이세요? 연령대는 어떻게 되시나요? 특별한 날이세요?" 이 세 질문을 꼭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손님 성향 파악해서 미리 매니저 배치까지 조정하는 거였다.
이걸 마케팅 용어로 뭐라 하는지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위키백과 마케팅 정의를 봤는데, 거기서 시장 세분화와 타겟팅이란 표현 보고 소름 돋았다. 이 동네 가게 사장님이 무의식적으로 그걸 하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하나 더. 마포 쪽 셔츠룸 가격 투명성 비교해놓은 블로그 글을 한 번 봤는데, 거기서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 가격표를 미리 공개하는 업장이 오히려 매출이 안정적이었다고.
진짜 반대였다
통념하고 완전히 반대였다. 남들은 홍대 망한 이유가 '경쟁 심화' '임대료 폭등'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직접 봐온 바로는 그게 아니었다. 살아남은 곳들은 죄다 한 가지를 하고 있었다. 손님이 몰래 원가 계산해서 '여기 비싸네' 판단내리는 순간을 미리 차단하고 있었다.
가격을 숨기는 게 장사가 아니라, 오히려 까놓는 게 장사였다. 이거 모르는 사장님들은 지금도 '왜 안 오지?' 하고 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확인 질문 세 개만 던지겠다.
니가 가는 가게는 주류 추가할 때 가격표를 보여주냐? 예약 전화할 때 시간대 물어보냐? 한 번 가고 나서 결제할 때 예상보다 30% 이상 더 나온 적 있냐?
이 답이 전부 "아니오, 네, 아니오"면 그 가게는 살아남는다. 내가 작년에 똑같은 기준으로 테스트해본 결과다.